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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절, 전등사 -불교신문2017.6.27 175.210.173.195
관리자 2017-06-28 08:39:20 168
가고 싶은 절 / <23> 강화 정족산 전등사민족의 역사와 함께하며 법의 등불을 전해 온 도량
  • 강화=엄태규 기자
  • 승인 2017.06.27 11:16

강화 전등사는 단군시대부터 구한말까지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인천지역 대표 사찰이다. 사진은 전등사 대표 행사인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단군 세 아들 쌓은 삼랑성 비롯해

고려 몽고항쟁, 병인양요 등

외세 맞서 강화도 지켜온 중심

삼랑성문화축제, 게이트볼대회 등

지역주민 위한 화합의 장 열며

인천지역 대표사찰 자리매김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전등사(傳燈寺)는 반만년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호흡해 온 도량이다. 단군시대부터 구한말에 이르기까지 전등사는 자리를 지키며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등불을 꺼트리지 않았다. 고려시대 몽고침입 등 외세에 침입에 맞서 싸우며 강화도를 지켜온 역사의 중심에는 항상 전등사가 있었다.

<전등본말사지>에 따르면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인 381년 아도화상이 창건했다. 당시 사찰 이름은 진종사(眞宗寺)였다. 고려 충렬왕 때 왕비인 정화궁주가 대장경과 옥등(玉燈)을 시주한 일을 계기로 이후 전등사로 이름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숭유억불의 시대였던 조선시대에도 전등사는 실록을 소장한 왕실사찰로서 꾸준히 성장했다. 1660년에는 정족산성에 사고(史庫)를 옮겨 오기 위해 산성을 정비했고, 1678년 조선왕조실록을 전등사에 보관하기 시작하면서 사세를 유지해 나갔다. 전등사가 수호사찰로서 사고를 보호해왔으므로 실록이 온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현재 정족산사고본 실록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존돼 있다.

1726년에는 영조가 직접 전등사를 방문해 ‘취향당’ 편액을 내리기도 했으며, 1749년에는 영조가 시주한 목재를 사용해 전등사의 중수(重修) 불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등사를 품고 있는 정족산은 한민족의 시조 단군의 숨결이 담겨 있다. 단군이 세 아들인 부여, 부우, 부소가 쌓았다는 삼랑성(三郞城).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바와 같이 삼랑성은 단군이 세 아들(三郞)을 시켜 쌓았던 고대의 토성이었다. 삼국시대에는 토성 자리에 석성을 쌓아올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 지형을 따라 쌓은 삼랑성은 2300m에 이르며, 외세 침입 당시에는 요새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전등사는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호국사찰이다. 1232년 몽고의 침입과 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 고려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외세의 침략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프랑스 함대가 조선에 개항을 요구한다는 명목으로 강화도를 점령했던 병인양요 당시 조정에서는 양헌수 장군 등을 임명해 프랑스 함대를 물리치게 했다. 양헌수 장군은 휘하 병력을 이끌고 초지진을 건너 정족산성에서 적을 무찔렀다. 현재 전등사 대웅전 내부 기둥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적은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부처님 가피로 외세를 물리치고자 했던 병사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전등사는 지역사회에서 부처님 법의 등불을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불교세가 약한 인천, 강화 지역에서도 꾸준히 불교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등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전등사가 주축이 되어 2001년 첫 선을 보인 ‘삼랑성 역사문화축제’는 강화도 역사와 문화적 전통의 의미를 되살리고 지역민들과 함께 화합하는 축제의 장이다. 고려시대 몽고항쟁, 구한말 병인양요 등 전등사와 삼랑성이 담고 있는 역사를 조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축제를 진행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민간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0월경 진행되는 축제는 다채로운 체험마당과 전시마당, 가을음악회 등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전국학생미술실기대회와 삼랑성 글쓰기 대회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참여도 높이고 있다.

지역 불교 발전과 포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게이트볼대회와 이주민들을 위한 문화축제,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 등 계층별 맞춤형 포교를 통해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처음 열린 게이트볼 대회는 10여 년 만에 120여 팀이 참여하는 게이트볼 대회로는 최대 규모의 대회로 자리 잡았다. 노인들의 건강과 활력 증진은 물론 친목 도모의 장으로서도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이주민 200만 시대,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업도 전등사가 신경을 쓰는 대목이다. ‘아시아는 친구’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주민 문화축제는 몽골, 미얀마, 태국,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 국가 출신 이주민 1000여 명이 참여해 단주 만들기, 연꽃 만들기, 인경 체험 등을 비롯해 각국의 전통 공연, 마술공연 등 흥겨운 축제로 진행된다. 올해도 오는 28일 제12회 이주민 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는 숲 체험 프로그램 역시 호응을 받고 있으며, 매년 지역 초·중·고교 졸업식과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며 지역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강화경찰서 법회와 호국기룡사 지원 등 지역 경찰서 불자회 법회와 군포교에도 진력하고 있다.

법회에 참석한 전등사 신도들의 모습.

불교신행과 현대미술이 함께 하는 복합 문화공간인 ‘무설전’과 종무원들을 위한 복지 공간인 ‘상락원’도 전등사의 자랑이다. 무설전은 전통사찰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2012년 11월 새롭게 조성한 공간이다. 495m²(150평) 규모의 법당 무설전과 99m²(30평) 규모의 서운갤러리는 종교와 예술이 함께 하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강경 독송기도 법회 등 전등사에서 진행하는 중요 법회 대부분을 무설전에서 봉행하고 있다.

근현대불교에 족적을 남긴 서운스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서운갤러리’라고 이름 지은 공간은 그림이 있는 예술 공간으로 조성해 불자뿐만 아니라 이웃종교인과 관광객들도 거부감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상락원은 남문 인근에서 여관으로 사용하다 방치해 놓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종무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마련한 보금자리로, 지상 2층 연면적 363.6㎡(110평) 규모다. 총 13개로 구성됐으며, 1인 1실로 각 방에는 화장실과 공용 거실 등을 갖추고 있다.

‘불자로서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 신도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지 승석스님의 지론에 따라 신도 교육과 신도회 조직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등사는 1년 과정의 불교대학과 초발심자경문, 유마경, 천수경 등 경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인근에 위치해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알찬 교육프로그램으로 극복하고 있다. 또 길상거사림회, 청년회, 관음회, 문수회, 청년붓다회 등 신도조직을 통해 신행활동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신도들은 성도재일 철야정진과 강화연등축제, 삼랑성역사문화축제, 이주민문화축제 등 전등사 주요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봉사를 펼치고 있다.

“불자들이 불교공부를 통해 정체성 갖추는 것이 중요”

전등사 주지 승석스님

전등사 주지 승석스님

“불교가 무엇인가 근본적인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자들이 불교 공부를 통해 불교의 근본을 깨닫고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갖춰야 합니다. 불교는 제대로 배우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전등사 주지 승석스님<사진>은 정체성을 갖춘 불자가 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지역 사회와 함께 위한 다양한 사회사업과 포교, 복지사업들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불교를 제대로 아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탈종교화로 인해 불자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불자로서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승석스님이 신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교대학과 경전반 운영에 남다른 관심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등사는 불교대학과 다양한 경전강의를 통해 신도 교육에 힘쓰고 있다. 불교교리는 물론이고 포교이해론, 자원봉사론 등 불자들이 교육으로 그치지 않고 실천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수도권 사찰임에도 접근성이 좋지 않아 많은 이들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20여 명이 신도교육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신도들을 조직하고 조직된 신도들은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봉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등사가 해마다 삼랑성역사문화축제를 비롯해 전등사기 게이트볼대회, 이주민문화축제, 불자 어르신 초청 효 잔치 등 지역사회를 위한 행사들을 펼칠 수 있는 원동력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신도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어 승석스님은 불자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욕계입니다. 베푼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잘 살려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모두가 잘 살지 못합니다. 욕계에서는 오로지 먹고 사는 일에만 급급합니다. 깨달음의 세계에 가면 생각이 일어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고 보살행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불교공부를 통해 불교의 근본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강화=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