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김한수의 오마이갓] 강화도 스님들과 성공회 신부님들의 족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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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7-10 14:09본문
온수리성당서 제10회 이웃종교간 족구대회 열려

지난달 21일 강화 성공회 온수리성당에서 열린 전등사와 성공회의 족구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전등사 제공
올해 월드컵이 온갖 화제를 뿌리며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월드컵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월드컵 열기가 한창일 때 인천 강화에서는 지역을 들썩이게 한 ‘족구 대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6월 21일 강화 온수리 성공회 온수교회에서 열린 ‘제10회 이웃 종교 간 친선 족구 대회’였습니다. 이 족구 대회는 이웃사촌인 강화 전등사(주지 여암 스님)와 온수교회(흔히 온수리성당이라고 불립니다)의 성직자와 신도들이 친선을 위해 해마다 열어온 행사입니다. 벌써 10회째라고 합니다. 해마다 부활절과 부처님오신날 등 각 종교의 큰 절기가 지난 후인 6월 말에 전등사와 온수리성당을 오가며 경기를 벌인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전등사, 올해는 온수리성당이 주최했답니다.

전등사와 성공회의 족구 대회에서 성공회 김성수 주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주교 옆은 전등사 주지 여암 스님. /전등사 제공
강화도에서 전등사와 성공회는 사이가 좋기로 유명합니다. 온수리성당과 전등사는 지척입니다. 2㎞가 안 됩니다. 강화도가 고향인 성공회 김성수 주교가 설립한 발달장애인 자활 시설 ‘우리마을’과 전등사 사이의 거리 역시 1㎞ 정도입니다. 정말 이웃사촌이지요.

전등사 대웅보전. /김한수 기자
전등사와 온수리성당은 아름다운 종교 시설입니다. 전등사는 고구려 때 창건된 사찰로 알려졌습니다. 지형을 이용한 산성인 삼랑성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고찰이지요. 볼거리가 많습니다. 대웅전 처마 밑 네 귀퉁이에는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일명 ‘나부상(裸婦像)’이 있지요. 대웅보전 천장엔 용과 학(鶴), 물고기가 함께 노닐고 있지요. 약사전은 400년째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는 ‘한국의 피사 사탑’입니다.

성공회 강화 온수리성당 전경. 한옥성당과 신축한 바실리카 양식 성당이 나란히 있다. /온수리성당 홈페이지
강화도는 성공회의 뿌리 같은 지역입니다. 가장 먼저 성공회 선교가 시작된 곳이지요. 강화도에만 성공회 성당이 12개가 있습니다. 거의 마을마다 성공회 성당이 있는 셈이지요. 온수리성당은 1898년 설립됐습니다. 특히 옛 한옥 성당 옆에 새로 지은 서양식 성당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이 이채롭습니다. 강화도를 방문한다면 종교에 관계없이 꼭 방문할 만한 곳들입니다.
전등사와 성공회는 거리만 가까운 것이 아니고 정(情)을 나누고 어려움이 있을 땐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을 아끼지 않는 사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9년에 있었지요. ‘우리마을’의 콩나물 공장에 불이 나 건물이 전소된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콩나물 공장은 ‘우리마을’ 발달장애인들의 일터입니다. 여기서 콩나물을 키워 풀무원 등에 납품합니다. 품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이 공장에 불이 나 몽땅 타버렸으니 큰일이었지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불을 끄러 왔던 소방관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낸 것을 비롯해 전국에서 성금이 답지한 것입니다. 당시 전등사도 화재 복구에 성금을 보내왔습니다. 거액 기부 없이 20억원이 모였고, 보험금과 인천시의 지원금 등을 보태면 총 30억원이 모였습니다. 덕분에 화재 1년 만에 콩나물 공장은 더 번듯하게 재건축됐습니다. 화재 전에 하루 1.5톤 생산량이 새 공장에선 3톤까지 늘었습니다.
화재처럼 큰 사건이 아니어도 평소 왕래도 많다고 합니다. 작년 김성수 주교의 동생이 우리마을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일이 있습니다. 김 주교 동생은 젊어서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크게 일군 분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귀국해 고향을 찾았을 때 김 주교가 동생 부부에게 식사를 대접한 곳은 강화도나 인천의 음식점이 아니라 전등사 공양간(식당)이었다고 합니다. 전등사는 수년 전 공양간을 깔끔하게 새로 지었고, 맛있고 영양가 높은 사찰음식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김 주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동생 부부를 전등사로 초대했던 것이죠. 김 주교의 동생은 전등사 공양간에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리마을에 100만 달러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김 주교는 우리마을에서 은퇴한 노년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오랜 소원이었습니다. 동생의 기부 덕분에 이 시설은 첫 삽을 뜰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역사적 선언의 자리가 전등사 공양간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지난 6월 21일 강화 성공회 온수리성당 마당에서 열린 전등사와 성공회 성직자들의 족구 대회에서 양측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전등사 제공
본론인 족구 대회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경기는 3부로 나누어 진행됐답니다. ‘성직자’, ‘선수급(?) 신도’, 그리고 ‘일반 신도’로 나누었답니다. 이날 강화도 곳곳의 성공회 신부들이 모였고, 전등사 측에서도 강화 불교사암연합회 스님들이 모였답니다.

강화 성공회 온수리성당 마당에서 전등사 스님들이 족구 연습을 하고 있다. /전등사 제공
경기는 선수 5명씩 뛰어 15점 3세트 중 2세트를 먼저 따내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신부님들과 스님들이 맞붙은 성직자부 경기는 2-0으로 성공회가 이겼답니다. ‘선수급 신도’와 ‘일반 신도’는 각각 2-1, 2-0으로 전등사가 이겼고요. 그런데 그동안 대부분 성직자부 경기는 성공회가 이겼다고 합니다. 김성수 주교는 경기에 앞서 “올해는 전등사가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는데, 올해도 결과는 성공회의 승리였다고 하네요. 전등사 관계자는 “성공회 신부님들의 경기력이 월등하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족구 대회는 ‘오픈 게임’이었는지 모릅니다. 족구 대회가 열리는 날은 온수리의 마을 잔칫날이라고 합니다. 성공회와 전등사 신도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해마다 응원하러 모인답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박용철 강화군수도 참석해 축사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경기 후엔 진짜 잔치가 벌어졌답니다. 올해는 성공회에서 강화 특산인 밴댕이와 수육, 순무김치 등 300명분 음식을 장만해 성당 식당에서 모두 함께 배불리 먹었다고 합니다. 이른 저녁을 마친 성공회와 전등사 신도들과 마을 주민들은 2차까지 이어갔다는 후문입니다.
답답하고 짜증나는 뉴스가 많은 요즘, 무더위를 잠시 잊게 만들어 주는 상쾌한 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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