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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11>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속 강화 전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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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6-06-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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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치함 끝에서 건져 올린 진실…All for One, One for All(一卽多 多卽一)”

강화 전등사는 현존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한 도량이다. 서기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창건됐다. 전등사 대조루(對潮樓)에는 전등사 옛 현판이 보존돼 있어 평온한 마음을 전해주는 듯 하다.
강화 전등사는 현존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보유한 도량이다. 서기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창건됐다. 전등사 대조루(對潮樓)에는 전등사 옛 현판이 보존돼 있어 평온한 마음을 전해주는 듯 하다.

JTBC드라마 ‘모자무싸’ 인기리 방영… 성공 강박에 매몰된 현대인의 아픔

‘human Being’ 존재 자체에 ‘가치’… 티끌 하나에 온 세계, 화엄의 진리

일용직 용접일을 하는 형과 20년째 영화판에서 놀기만 하는 백수 동생. 조부모님 기일을 맞아 검은색 정장 단정하게 입고 사찰을 찾는다. 명부전 위패 앞 형제는 나란히 차를 올리고 공손하게 절을 올린다. 스님들과 더불어 여법하게 제사를 마친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앉아 공양을 한다. 두 형제를 한심하게 지켜 보던 고모부가 입을 연다. “사내는 다른 거 없어. 허황되지 않고 제 식구 먹여살릴 근성있고 성실하고 그러면 돼!” 처조카 두 놈 사는 모습이 영 못마땅한 눈치다. 심지어 자기 딸 결혼식에 잘나가는 연예인 한 명 못구했냐며 핀잔을 주면서 “그 바닥에 20년인데 친한 연예인 한 명 없냐”며 빈정댄다.

조부모님 기제사 올리기 위해 전등사를 찾은 황진만 황동만 형제.
조부모님 기제사 올리기 위해 전등사를 찾은 황진만 황동만 형제.

 
공양을 마치고 고모부와 단둘이 마주앉은 형이 참다못해 일갈을 날린다. “저 용접 일 없을 때 대관령에 배추 뽑으러 가고 한달에 삼사일 쉬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고모부님이 부지런해서 부자된 거 아니듯이 저희 형제가 게을러서 가난한 거 아니란 말씀입니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인정하십시오. 저희 아버지처럼 욕심없는 남자를 매형으로 둬서 황씨 집안 돈 싹쓸이할 수 있었다는 걸 천운으로 아시고, 저 역시 아버님 뜻을 받들어 유류분을 주장하는 진흙탕 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그래서 항상 고모부님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두십시오. 나는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이라고 있지, 동만이 쟤는 그냥 착해서 형이 하자는대로 했던 놈입니다. 자존심 센 조카와 착한 조카 덕분에 지금 그 재산 챙겼다는 말씀입니다. 앞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에 오지 마세요!” 그제서야 고모부란 사람은 입이 열 개라도 말을 못하는 꼬락서니가 돼버렸다.

형을 기다리며 절마당 한켠에서 조그만 돌탑을 조용히 쌓고 있던 동생은 형이 나오자 쪼르르 달려간다. “이 배알도 없는 새끼! 구박하면 쩔쩔매면서 어떻게든 하려고 하니까 저런 취급을 받는거 아니야? 너 같은 걸 호구라고 하는거야!” 격노한 형이 토해내는 일침에 찔려 뼈아픈 동생은 “그럼 못합니다 그래? 어떻게 그래?” 복바치듯 울부짖으며 도량밖으로 뛰쳐나간다.


동만이 전등사 극락전 앞에서 돌탑을 쌓는 모습.
동만이 전등사 극락전 앞에서 돌탑을 쌓는 모습.

 
올봄 장안에 화제가 됐던 JTBC 12부작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차영훈 감독, 이하 ‘모자무싸’)는 2회차에 등장한 사찰신에서 두 형제의 ‘존재 가치’를 일찌감치 보여주고 만다. 강화 전등사에서 찍은 이야기는 황진만(박해준 배우) 황동만(구교환 배우) 형제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죽기살기로 싸우는 서막과도 같다. 

전등사 ‘명부전’에서 제사를 지내는 장면부터 전등사 공양간 ‘선불장’에서 나누는 아픈 가족사, 전등사 대조루(對潮樓) 아래서 뒤엉켜 싸우지만 형제는 마침내 서로를 바라보고 비춰주면서 보는 이에게 진한 여운까지 전해준다. 동만이가 쌓다 만 돌탑은 전등사 도량 한켠 그 자리에 지금도 여전히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뒤섞인 채 흐트러져 있다.

불안과 욕망, 시기와 질투…. 모자무싸는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는 현대인들을 가식없이 진심으로 위로했다. 드라마는 잘난 친구들 틈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간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 감정을 가장 고귀한 문장으로 빚어냈고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연대를 포착하여 따뜻한 휴머니즘을 선보였다.

‘난 0.2미리 알갱이였다/ 정자 0.001미리 난자 0.2미리/ 종이에 0.2미리의 점을 찍는다/ 그게 나였다/ 난 0.2미리 알갱이였다/ 거기에 어떻게 증오가 있고 허무가 있지?/ 속이 울렁거린다/ 0.2미리 만한 불개미가 지나간다/ 손톱으로 꾹 누른다/ 나의 증오 허무도 툭 터진다.’ 삶의 존재 의미를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끝내 목숨을 내팽개친 형님 앞에서 동생이 울음을 삼키면서 읽어주는 이 시는 우리 마음에 장착한 증오와 허무에 ‘무가치’를 일깨워주는 사자후와 같다.

“인간이 영어로 뭐냐?” 어느 날 과묵한 형이 묻는다. 휴먼이라는 동생의 대답에 하나 더 붙이라며 ‘being’을 말한다. “휴먼 비잉(human being). 그냥 존재하라고 가만히! 내가 뭘했네 저쨌네가 아니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가 아니라, 그냥 가만히….” 형은 또 말한다. “인생에 몰입하지 마라. 불행에도 몰입하지 말고, 행복에도 몰입하지 마라. 버릴 수 있는 거 다 버리고 싱겁게 살아라. 어디에도 진하게 들러붙는 거 없이 싱겁게 살아.”

무자무싸는 인간 심연의 고독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성공이라는 강박에 매몰된 우리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것은 질투이고 허기이고 불안이라고. 이를 정확하고 솔직하게 아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가질 수 있고, 그마저 알 수 없다면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 제발 “도와 달라” 얘기하라고. 자기 감정을 용감하게 바라볼 줄만 알면 그 감정이 도리어 엷어진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쉬지 않고 말해준다.

황동만은 도망치지 않았다. 20년간 숨 쉴 때마다 지신의 무가치함을 느끼면서도 ‘망가져 나를 증명’하며 견뎌왔다. 실패한 황동만, 구제불능 황동만. 그러나 그에게는 ‘버티는 파워’ ‘느낄 줄 아는 파워’가 있었던 거다. 호감을 느끼는 은아(고윤정 배우)씨에게 반찬통을 받고 기뻐서 날 듯이 춤을 추고 ‘왜 영화를 하느냐’는 질문에 왈칵 눈물을 쏟는 사람, 세상을 향해 자기 이름을 외칠 에너지가 마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평소 동만을 무가치한 존재로 멸시하는 영화사 대표의 ‘건설적으로 살라’는 모욕적 충고에, 동만은 “내 인생이 왜 네 맘에 들어야 하나요?”라고 몸을 던지면서 통쾌한 반격을 가한다. 황동만은 결국 보잘 것 없는 ‘나’이기도 하고 잘나가든 못나가든 내 주변의 흔하디 흔한 ‘누구’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구 어디에나 나처럼 슬프고 아프고 무가치함의 터널을 지나는 누군가가 있다는 동질감을, 모자무싸는 연대로 승화시키고야 말았다. 

‘All for One, One for All.’ 하나가 곧 만물이고, 만물이 곧 하나(一卽多 多卽一)다. 티끌 하나에 온 세계가 있다(一微塵中含十方)는 화엄의 진리는 황동만이 수십년간 싸워온 자신의 무가치함을 말끔하게 씻어줬다.

 

[불교신문 3927호/2026년6월23일자]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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