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자여, 이미지가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라” - 불교신문 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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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5-12-14 13:27본문
문화사업단, 교계기자 대상 전등사서 템플
팥죽 만들기 체험하는 기자를 다른 기자들이 취재하는 기자 템플스테이가 열렸다.외국인의 한국불교 강의 듣고 팥죽 쑤기 체험도
제3자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던 기자들이 체험자로 나섰다. 그러나 보도 본능은 지우지 못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 12월12일 오후 불교계 기자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템플스테이를 했다. 장소는 강화 전등사. 오후 3시 절에 도착해서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1박2일간의 템플스테이에 들어갔다.
불교문화사업단이 불교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 팸투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호응은 최고였다. 신문 인터넷 방송 등 9명이 참가했다. 사업단 사무국장 상원스님, 김한일 차장, 모아라홍보팀장 등 사무국 직원들은 미리 사찰에 도착해 사찰 측과 협의하며 준비를 마쳤다.
대웅보전에서 함께 참배하고, 포교국장 임곡스님으로부터 전등사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총무국장스님은 강화도 명물 감으로 만든 곶감을 시식하는 기회를 주었다. 달지만 과하지 않은 곶감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저절로 웃음짓게 했다.

강화도 명물 곶감을 선물하는 총무국장스님
전등각 옆에 마련된 아궁이에서 팥죽 체험을 했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김이 솟는 솥에는 팥이 녹고 있었다. 팥이 솥에 눌러붙지 않도록 주걱으로 꾹꾹 눌러 앞뒤로 젓는 것이 기자들에게 주어진 일이다. 힘은 들지 않지만 시간이 가면서 따뜻하던 무릎 아래 장작불이 바늘로 찌르는 듯 통증을 준다. ‘선수’ 교체 시간이다. 1시간 가까이 저어 묽게 한 뒤 보살님들이 미리 만든 새알을 넣고 다시 젓는다. 총괄하는 쉐프는 간을 맞췄다. 새알이 위로 둥둥 뜨면 조리 끝이다. 완성된 팥죽을 기자들에게 나눠준다.

5시30분 선불장에는 사찰음식상이 차려졌다. 주지스님도 함께 했다. 주최하는 사업단 사무국장 상원스님, 기자 대표, 주지스님 인사말이 이어졌다. 주지스님은 “취재 본능을 내려놓고 온전히 사찰음식 그 자체에 집중하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일깨웠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에 집중하느라 정작 본질을 놓치는 기자들의 행태를 지적한 주지스님의 일침은 아프게 다가왔다.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관찰자 시선에 머물고 본질보다 겉모양을 좇는 기자의 한계를 스님은 단박에 꿰뚫었다. 기자들도 스님의 ‘할’에 비로소 카메라와 수첩을 내려놓고 음식에 집중했다. 양념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의 재료를 그대로 혀끝에 전달했다. 그 중 압권은 강화배추김치였다. 전등사에 들렀다 맛을 본 노스님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는 그 김치다. 10여가지 찬은 어느 하나, 그 어느 면에서도 모자란 면이 없어 다들 펑소보다많은 양을 먹었다.


저녁 공양 후 선불장에서 캐나다인 조셉 벤지베니씨가 자신이 겪은 한국 사찰에서 경험을 들려주는 특별강의 시간이 열렸다. 한국 생활 15년 차인 조셉은 영어강사, 사진기자다. 33관음성지를 돌았고, 전국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다. 그 경험을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함께 들려줬다. 서울역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과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인연’이 한국불교에 입문하게 만들었다. 우연이 거듭돼 만들어진 인연을 예사로 넘기지 않고 누구 보다 열심히 불교를 공부하고 사찰을 찾아 참배하고 참선 명상했으니 ‘불연’인 셈이다.

그는 관세음보살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거듭된 질문에 조셉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하면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는가요?”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을 까요?” 조셉 뿐만 아니라 절에서 만난 서양인들은 똑같은 말을 했다. “어려운 사람, 힘든 나라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자신과 아무런 인연 없는 이들을 향한 연민과 돕고 싶어하는 자비심은 불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한국불교 입문 전부터 가장 불자다운 사람이었는 지 모른다.
숙소는 특급 호텔은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정갈하고 불편함이 없었다. 창을 열면 나무와 멀리 바다 까지 조망되니 호텔도 이 보다 나을 수 없다.
새벽 예불은 4시30분 무설전에서 봉행했다. 주지스님을 비롯 소임자 스님들에다 일반인 참가자 까지 무설전이 꽉 찼다. 반야심경은 물론 팔정례, 이산혜연선사 발원문 까지 모두 우리말독송이다. 우리말 독송은 중앙에서 권장하지만 사찰에서 여러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데 전등사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회주스님과 주지스님의 우리말 독송 원칙이 이런 좋은 관행을 만들었다.
6시 아침공양, 전날 팥죽을 쑤어주던 쉐프선생이 아침공양 까지 차렸다. 찬이 이번에도 10가지에 이른다. 일반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도 새벽예불에 이어 아침 공양에 나왔는데 대부분 젊은 여성이다. 템플스테이 주류를 차지하는 20~40대 여성들. 젊은 여성에게 한국불교 의식과 문화는 이제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생활로 자리 잡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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