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마음 속 어린왕자 만나요…전등사의 특별한 하룻밤 - 현대불교 25.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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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12-16 15:21본문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교계 기자 팸투어
한옥 독채 전등각서 1박 2일
팥죽, 사찰음식 등 오감 만족
외국인 구도순례기 강연 눈길
여암 스님 차담…힐링 여기에
“수행, 자기 본질 찾는 과정”

강화 전등사 무설전 위 어린왕자 조각상. 발굴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시한 이영섭 조각가의 작품이다.
영원한 동심의 상징 ‘어린왕자’는 자신의 소행성 B-612를 떠나 여행을 떠난다. 여러 소행성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만나고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의 여행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B-612를 떠나 나름의 여정에 이른다.
그중 사찰로 떠나는 여행·순례는 조금 색다르고 설렌다. 세속(世俗)과의 경계인 일주문과 천왕문을 넘어서 들어선 성(聖)의 영역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힐링하고 사유하게 된다. 다른 여행에서는 만날 수 없는 자기 자신에게 이를 수 있는 여정이 사찰로 가는 길에는 있다.

강화 전등사 대웅보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역사·문화예술 품어낸 전등사
강화 삼랑성 전등사(주지 여암 스님)는 성속의 경계가 일여(一如)하다. 일주문과 사천왕 대신, 삼랑성(정족산성)의 사대문이 존재해서다. 이는 단군의 세 아들이 성을 쌓았던 신화 시대의 전설부터 고려 시대 가궐(假闕), 조선 시대 사고(史庫), 병인양요 승전지까지 강화 지역의 질곡진 역사를 전등사가 그대로 품어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등사는 381년(고구려 소수림왕 11)에 아도(阿道) 화상이 창건해 진종사(眞宗寺)라 명했다. 전등사라는 이름은 충렬왕(1274∼1308)의 비 정화궁주가 옥등을 시주한데서 비롯됐다. 절의 중심부인 대웅보전을 만나려면 대조루를 지나야 하는데 키가 작아도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고개를 다시 들면 대웅보전의 부처님을 만난다.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인 전등사 대웅보전의 네 귀퉁이에는 전각을 지탱하는 듯한 모습의 사람의 모습이 조각돼 있다. 일명 ‘나부상’인데 이것은 공사를 맡았던 목수의 재물을 가로챈 주모의 모습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자신의 돈을 훔친 주모를 경책하고 벌을 주는 모습에서 우리 조상들의 재치와 익살이 느껴진다.

대웅보전과 부처님.

대웅보전 네 귀퉁이에 있는 나부상 중 하나.
최근 전등사는 서운 대종사의 법등을 이을 역사문화교육관을 준공하며 사격을 일신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발굴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유명한 이영섭 조각가가 ‘어린왕자와 함께하는 전등사의 가을’이라는 전시를 선보여 세간의 이목이 집중 됐다. 약 두 달의 전시가 끝나고 전시 작품들은 철시돼 전등사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그간 정이라도 들었을까. 주지 여암 스님은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요청했다. 어린왕자를 전등사에 남겨달라고.
“당시 전시작품이 전등사를 떠나 차량으로 이동 중이었어요. 아마 김포 정도까지 갔을 겁니다. 전화해서 돌아오게 했지요. 어린왕자 조각상 중 하나가 계속에 눈에 밟히는 겁니다. 정이 너무 들었나 봐요.”

올해 여름에 찾았을 당시 어린왕자와 전등사 전경. 사진=신중일 기자 개인 소장.
그렇게 영원한 동심의 상징 ‘어린왕자’ 조각 3점이 전등사에 남게 됐다. 이후 전국 몇몇 사찰에서는 어린왕자 조각상을 조성하거나 들이고 있다. 이는 모두 전등사가 만들어낸 흐름들이다. 이에 대해 여암 스님은 이 같이 설명했다.
“처음에는 ‘천년고찰인 전등사에 어린왕자가 어울리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쌩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만큼 불교적인 이야기를 보지 못했어요. 선재동자 구도기와 맞닿은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죠. 흐름은 만들어야 돼요. 따라가기만 해서는 흐름을 만들지 못합니다.”

강화 전등사 전등각. 사찰음식문화연구소와 한옥 독채 템플스테이가 운영된다.
전등각, 프라이빗한 휴식 가능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일화 스님, 이하 문화사업단)이 12월 12~13일 진행한 불교계 기자단 팸투어는 전등사 전등각(傳燈閣)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등각은 과거 귀빈 연회소 등으로 활용되던 곳으로 전등사는 최근 이곳을 사찰음식문화연구소와 프라이빗한 한옥 독채 템플스테이를 진행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이곳에서 기자단은 팥죽 만들기, 사찰음식 만찬 등을 체험하며 몸과 마음을 쉬어갔다.
전등각 곳곳에는 곶감으로 익어가는 감들이 널려 있었다. 총무 지불 스님이 하나씩 따서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 맛이 매우 달았다. 지불 스님에 따르면 강화도 특산물 중 하나가 바로 토종감인 ‘장준감’으로,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전등각 곳곳에서는 감을 말리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총무 지불 스님이 기자들에게 말린 감을 나눠주고 있다.
기자단에 제공된 사찰음식 역시 강화에서 만날 수 있는 현지 제철 음식으로 만들어졌다. 지혜심 전등사 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은 “고구마, 배추, 순무 등 제철 및 현지 재료로 조리했다. 강화의 진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찬에 앞서 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상원 스님은 “사찰음식의 관심이 국가무형유산 지정 이후 높아지고 있다”며 “오늘 준비된 만찬을 통해 사찰음식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암 스님은 “사찰음식과 문화유산 때문에 도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시기에 도량도 사찰음식도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 음식이 진정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자단에게 제공된 사찰음식 만찬.

전등사 주지 여암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상원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구도와 수행, 그 가치에 대하여
저녁 공양 후에는 문화사업단이 기자단을 위해 준비한 특별 강연인 ‘한 외국인이 한국 사찰에서 발견한 것들’이 진행됐다. 이탈리안계 캐나다인 조셉 벤지베니 씨를 강사로 초청해 한국불교와의 인연, 수행 이력, 33관음성지 순례 등의 경험기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들었다.
원어민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전문적인 영어교육자 자격 과정을 이수하고 2005년 한국으로 온 벤지베니 씨는 지인과 처음 찾은 불국사에서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며 한국불교에 매료됐다.

조셉 벤지베니 씨의 강연.
이후 친구들과 함께 인도를 찾아 여러 수행을 체험하고 다시 한국에 와서 대행 선사에게 오계와 함께 ‘길도(吉道)’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는 이 법명을 한국 이름으로 활용해 ‘조길도’라 이름 지었다.
“대행 선사는 두 번 찾아뵈었는데 연로하셨지만 인자하게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원래는 한 번만 인사[一杯]할 것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이해를 못해서 혼자서 두 번째 절을 올리고 있더군요. 잘못된 것은 알았는데 두 번만 절하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 하는 것은 알고 있어서 삼배를 올렸어요. 조금 창피했는데 선사께서는 크게 웃어 보이셨어요.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원효 스님의 해골물 이야기에 감명 받아 팔에 문신으로 남긴 벤지베니 씨는 주말에는 한국인 부인과 함께 경허 선사의 주석처였던 개심사를 찾아 참선 수행할 정도로 신심이 깊다. 그의 구도 여정은 33관음성지 순례로도 이어졌다.
“관세음보살은 만나보셨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관세음보살을 만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는 대승불교의 본질을 외국인 불자는 삶을 통해 구현하고 있음에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다음날 진행된 주지 스님과의 차담에서도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여암 스님은 차담을 위해 둘러앉은 기자들에게 ‘수행’을 이야기 했다.
“재가자로서 교계에 몸담고 있다면 ‘수행력’이 기반돼야 합니다. 내가 쓰는 기사가 부처님 가르침을 얼마나 믿고 다루고 있는지,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수행자의 관점으로 세상으로 보고 절집을 바라보세요.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포교국장 임곡 스님이 전등사 경내를 설명하고 있다.
스님은 수행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습의 변화’를 제안했다.
“참선, 선명상, 108배, 사경, 다라니 등 수행은 많습니다. 스스로에게 적합한 수행을 찾아 하루 30분만 투자하세요. 젊은 사람들이 오면 저는 저녁 10시에는 잠자리에 들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전 5시에 일어나 30분 수행하고 출근할 것을 조언하죠. 한 번 해보세요.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스님은 “불교계 언론에 20~30년 봉직했는데 수행 하나 없이 은퇴하면 불운한 일”이라며 재차 기자 이전 불자로서 본질을 갖출 것을 거듭 당부했다. ‘본질을 갖추라.’ 이는 기자뿐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당부이기도 했다.
다시 자신만의 B-612로 돌아갈 시간. 어린왕자는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자신의 마음 속 관세음보살, 어린왕자를 만났을까.

팥죽 만들기를 체험하는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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